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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만남 그리고 속초의 일출

  • 김형효
  • 조회 4895
  • 2007.07.28 12:04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앞 표지 사진

동행이 있어 중국 방문 길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덕분에 남들 다가는 피서갈 처지가 못 되는 내가
속초해수욕장을 밟게 되었다.

당초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던 시인의 출장(?)길......,
중국 조선족 시인협회 창립식 및 창간호 <시향만리>의 출간 기념일에 가는 것이다.

26일 밤에는 지난번 시집 <사막에서 사랑을>을 발간하기 전에 새로 알게된 몇분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시인과 화가분이 함께 모이게 된 다슬기<다 슬기로운 사람들> 회원들과 만났다.

나의 잦은 네팔 여행과 대전에서의 택시드라이빙으로 인해 회원 모두가 함께하지 못하다가
26일 밤에 대학로의 <담아>라는 궁중 음식 전문점에서 만나게 되었다.

참고로 말하면 <담아>는 빼곡히 앉아도 여덟명 이상 앉기 힘든 좁은 음식점이다.
하루 한 테이블만 예약 받고 하루 장사가 끝이다.
<담아> 사장님은 새로운 회원의 자격으로 향연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루 하루가 기록되는 나의 삶의 기억들 중에서 또 다른 삶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분들이다.
거듭하여 바라보고 만나도 항상 새로운 기억을 주는 사람들 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립다.

살 냄새나는 사람들, 그리운 눈매가 살아 있어서 향기가 묻어나고 향기가 스며오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도 보고 싶다. 언제라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슬기를 간직한 사람들이니까?

26일은 곧 출간될 예정인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최종 교정을 보기로 출판사와 약속했다.
만남 중에 출판사 사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사람 좋은 출판사 사장님도 시인이니 내 마음을 아신다.
다음 날로 교정을 미루고 전화를 끊었다.
2차로 차수를 늘려가며 아쉬움을 접는다.

바쁘게 그리고 지친 몸으로 찜질방에 가기가 힘들다.
오늘은 좀 편하게 자자.
여관을 잡고 샤워를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아픔을 기억하며 뉴스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 텔레비전이 켜진 채 아침을 맞았다.
토스트를 먹고 우유를 마시고 출판사로 직행이다.

출판사 교정을 마치고 중국교포들에게 전할 책을 기증받았다.
무게를 감안해 더 주고 싶어도 못주시는 출판사 사장님의 마음, 고맙습니다.

대학로에 갔다.
노트북을 선배 사무실에 맡겨두고 
교포들에게 전해달라며 선배님이 내민 여러 권의 시집을 받아들고
그대로 나의 아지트인 동대문 뿌자레스토랑에서 강남고속터미널로 출발이다.
속초는 한창 여름 휴가철이라 혼잡스럽다는 말에 미리서 출발한 것이다.

저녁 8시 40분경에 도착해서 곧 숙소를 찾는다.
땡전박약의 시인에게 한창인 여름 휴가철의 모텔은 버겁다.
안내소에서 듣기에 평소 4만원 하는 여관비가 5만원이 넘는단다.
나는 급하게 민박집을 수소문한다.
민박집도 보통 4만원 이상이란다.
운 좋게 나는 3만원에 이틀을 머물기로 전화통화를 마친 후 다시 흥정해서
동행이 없는 하루는 2만원으로 그리고 동행이 오는 오늘은 3만원에 하기로 합의했다.
고맙습니다. 민박집 아주머니......, 나그네의 행랑이 가볍다.

급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배고픔을 달랬다.
그리고 축구를 보다가 야구를 보다가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아픔을 보다가
그냥 날 더운 열대야의 밤을 식히느라 찬물에 샤워를 한 후,
취침이다.

길게 잔 듯한데 새벽 한시다.
다시 깨었는데 새벽 두시 반이다.
그리고 다시 깨었는데 세시 45분이다.
다시 깨었더니 5시 17분이다.
내친 김에 속초해수욕장의 일출을 보자고 마음먹고
반바지 차림에 머리도 감지 않고 해수욕장을 향해 갔다.

날씨가 이맛살을 찌푸린 날이다.
일출을 보기는 틀린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파도 찰랑거리는 것이나 보자고 갔다.
서서히 걷힌 찌푸린 인상을 한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알이 깨는 듯하다.

오늘 아침이 밝았다.
멍청해진 눈으로 바다를 본다.
한참을 멍청하게 사진만 찍다가 돌아온다.


바다

 
김형효 2007년 7월 28일 아침 속초

 

바다가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는 한
사람들은 바다의 가슴을 어루만지러 바다를 찾을 것이다.

달과 해가 교접을 멈추지 않는 한
바다의 설레임도 멈추지 않으리라.

바다가 출렁이는 파도는 액정과 같다.
소금 거품은 해와 달의 정사, 해와 달의 사정이다.

바다가 뭍을 향해 거슬러 오르려다.
지치는 꼴로 잦아들며 거품을 문다.
 
그 안에 설레임이 있어
그 안에 묻 생명들이 헤엄을 치고 살아
바다에 갈매기가 표독스럽다.
그런 바다 위를 무심한 목선들이 한가롭게 떠다닌다.

손을 뻗어 뭍을 탐하는 바다가 때로는 사람을 잡아가기도 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설레임을 멈추지 못해서 바다의 포로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설레임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설레임 때문에 서로를 격렬하게 사랑하지
사람들은 바다가 설레임을 멈추지 않는 한
다시 바다를 서성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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