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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동해로 4박 5일--최종회

  • 김형효
  • 조회 4437
  • 2005.09.17 11:16
천곡동굴 견학을 마치고 어디로 방향을 잡을까를 고민했다. 이미 대강의 방향은 정했었지만 들뜬 마음은 어쩌지 못했다. 원주 방향으로 갈 것인가? 제천 방향으로 갈 것인가? 중아고속도로와 만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나는 운전석에 용길대사에게 원주 방향으로 가며 아무도 모르게 아우라지에서 일단 정지 하길 청했고 그러기로 했다. 그러나 운전석 쟁탈전이 벌어졌다. 쟁탈전이라하면 기세싸움 같은 것으로 생각할 텐데 이는 무더위 탓에 좀 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서로 만들어 보려는 도발이었다. 마치 어린 청소년들처럼 천진한 풍경이었으리....,

그렇게 가다가 멈춘 곳은 팔복령인지 복마령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기억을 앗아가버린 것은 령마루에 천막형 휴게소 주인마님 탓이려니, 난 그 틈에 다람쥐가 뛰어 놀고 잇는 모습을 숲속을 찬찬히 바라보며 즐겼다. 그렇구나. 이 령마루 쯤에서나 살맛이 나는 모양이구나.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곳 저곳 내려다 보는 데 참 소나무 한번 빼어난 자태를 보여주더군요. 령마루 건너편에 즐비한 소나무 숲에 소나무들 정말 아름다운 기품을 보여주더라구요.

다시 잠깐의 휴식을 접고 출발이다. 높은 산 중에서 하산하는 봉고프론티어는 지칠 줄 모르고 하산을 재촉하지만 끝간데 없는 산맥의 웅혼한 기상앞에서 어느만큼을 내려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허망한 거리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배웠건만, 아 이 길은 왜 이리도 멀기만 한가? 안개인지 비구름인지 습한 기운이 산골을 휘어잡고 있는데다 바람은 불어오지 않으니. 아 이 끈적끈적한 피곤함이어! 지친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지 말고 바람이나 시원하게 불어다오.

트인듯 트인듯 바람이 불어도 올만도 하건만 어찌된 바람의 속사정인지는 모르나, 바람은 불어올 줄도 모르고 이제는 배고파 지치기까지..., 얼마쯤 하산을 했을까 잠시 휴식을 위해 간이 휴게소에 들렀다. 너무나 배고파서 이내 빵봉지를 집어 들고 하나 집어 먹고 커피를 뽑아 마시다. 성환우에게 하나 건넸는데 이게 왠 변고인가? 곰팡이가 찬란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꼴이 흡사 꽃처럼 피었네. 놀라서 어서 초코파이로 바꾸어 물고 차에 올랐다. 이미 먹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다른 변고가 없기를 바랄 뿐, 사실 걱정은 했는데 아직 까지 아무일 없는 것 보면 다른 변고는 없을 성 싶다.

그렇게 다시 차를 몰아 간 곳은 정선 아우라지, 축제가 열리고 있는 아우라지는 삭막한 사막같은 분위기였다. 이번 여행중 가장 큰 실망을 경험했다. 온통 어수선함 속에 축제의 의미가 무었인지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지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10여년전쯤의 고적하고 정적인 아우라지를 떠올렸건만 시장통도 이렇게 천박한 시장통이라면 질릴 것만 같다. 먹자판에 텐트촌에 차량은 입구부터 어수선해서 사람들은 우시장에 소처럼 뛰어다니는 꼴이고 차량은 안방을 차지하듯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정선군이나 정선군 북면 관계자분들은 좀더 체계적인 문화로 아우라지를 발전시켜갔으면 좋겠습니다. 축제는 활기가 있어야겠지만, 소란스러움과 구분되어야겠지요. 그리고 지친 나그네 발길을 부여잡는 것이 더 나은 것이겠지요. 하루 한시라도 휴식을 얻고 가도록 배려하는 축제속에 참다운 문화가 계승될 수 있을테니까요.

아우라지는 정선읍으로부터 19.4km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삼척시 중봉산에서 흐르는 임계면의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하며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고 한다. 이곳에서부터 물길을 따라 서울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터로, 이곳에서부터 강이라고 부른다. 누추산·상원산·옥갑산·고양산· 반론산·왕재산 등에 둘러싸여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물이 맑으며, 강변에는 조약돌이 깔려 있고, 합수지점에는 아우라지 처녀상과 최근에 지어진 정자각이 있다. 여량 8경의 하나이다.

이곳에는 각지에서 몰려온 뱃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정선아리랑》〈애정편〉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전설에 의하면 사랑하는 처녀, 총각이 아우라지를 가운데 두고 각각 여량과 가구미(가금)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둘은 싸리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하였으나 밤새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룻배가 뜰 수 없게 되었는데, 그때의 안타까움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사시상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라는 가사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가구미와 여량 마을에는 나루터가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아우라지가 소란스런 시장통(?) 아우라지 처녀상은 울고 있지 않을까? 아마도 저 마우라지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눈물을 우리가 바로 보지 못해서 저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이겠지 싶다. 처녀상을 뒤로 하고 제천으로 봉고프론티어의 발길을 재촉했다. 지쳐 잠들었다 깨어보니 비가 내린다. 아우라지 처녀의 눈물이 내 몸을 적신 것은 아니겠지. 제천역에서 청량리행 차편을 알아보았다. 남은 표 네장 티켓을 시작하려는데 곧 세장으로 아, 겨우 표를 끊고 점심식사겸 저녁식사를 오후 6시10분이다. 7시 5분 청량리행 열차니까 시간은 넉넉하다. 아 이 찬란한 식사 앞에 경건해진 것은 제천시장 골목 어느 보리밥집 어머니의 친절과 정성! 차라리 이런 밥상하나에 축제의 찬란함이 서려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보리밥에 고추장, 참기름에 상추, 된장국에 곁들인 사는 이야기까지 정성이 가득 담긴 말씀줄기를 따라 저 조선의 어머니가 아우라지 처녀상의 눈물을 뒤덮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4박5일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불량한 도시로 나의 몸을 집어 넣는다. 이 몸을 집어 넣으며 나는 눈물을 삼킨다. 소중한 추억의 4박5일이 날 행복하게 피워주려니 하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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