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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에서 맞은 새해의 기대

  • 김형효
  • 조회 4015
  • 2010.03.15 13:06

평화와 통일의 새 장이 열리는 새해가 되었으면

 

우크라이나에서 새해를 맞았다. 이곳에 온 지 10개월만이다. 사람들은 새해를 맞으며 활기를 찾고 그 활기를 무기로 한 해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새해맞이의 모습은 어느 곳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기대감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이곳 우크라이나는 연말연시를 우울하게 시작하고 있다. IMF 구제 금융(20억달러)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한 상태이며 곧 있을 대통령 선거로 각 정파에 의해 국민들간에 대립각이 선 형국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각 정파간 이합집산이 예측불허의 형국을 나타내면서 불투명한 전망들로 어수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평범한 국민 다수는 나름대로의 일상 속에서 자신들의 한 해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기대와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힘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시대의 우울과 상관없이 새로운 시작에 활력을 가까운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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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하는 바다갈매기 흑해 바다갈매기가 거친 파도와 거센 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갈매기의 비상처럼 모두가 힘찬 한해를 맞이하시길......,
ⓒ 김형효
icon_tag.gif비상하는 바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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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보내는 노을 한 해를 보내는 노을이 깊어지고 있다. 슬픔을 안고 저무는 해넘이를 뒤로 하고 새해에는 민주와 평화 평등의 길을 더욱 밝게 비추는 햇발이 돋아나기를 소원한다.
ⓒ 김형효
icon_tag.gif한 해를 보내는 노을

거리에 풍경도 한국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연말을 보내며 수많은 폭죽을 터트리며 환호하는 그들을 보았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무수한 폭죽이 터져 12월 31일 밤은 잠을 이루기가 고통스러웠다.

 

필자는 오는 월요일(1월 4일)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 있는 크림방송국의 한국문화관련 텔레비전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 와서 가르친 고려인들과 함께 출연예정이다. 마치 한국에서 카페 회원과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보내준 한복을 입고 "나리나리 개나리"와 "아리랑" 그리고 "둥글게 둥글게"를 부르기로 했다. 물론 이곳에 와서 필자가 가르친 한글학교 학생들이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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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 텔레비전 방송국 촬영전 리허설 카페 회원과 초등동창생들이 보내준 한복을 입고 필자의 집에서 텔레비전 촬영을 위한 리허설을 가졌다.
ⓒ 김형효
icon_tag.gif크림 텔레비전 방송국 촬영전 리허설

지난 연말에도 예빠토리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한국에 대한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그 인터뷰는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는데 필자는 쑥대머리를 즉석에서 부르기도 했다. 러시아어로 진행된 쉽지 않은 인터뷰에다 서툰 쑥대머리였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고 부르기 위해 애썼고 인근의 고려인들이 방송을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이 들은 우리가락의 느낌은 어떤 것이었을까? 많은 고려인들이 정착하고 있는 장꼬이라는 지역의 우크라이나인에게 예빠토리야에 있는 한국인이 라디오에 출연했다면서 안부를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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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빠토리야 라디오 인터뷰를 마친 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예빠토리야 라디오 방송국의 인터뷰를 마친 후 진행자인 시문화국장인 나탈리야 유리나(50세) 씨와 함께 기념 촬영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 라디오 인터뷰를 마친 후

필자는 작년의 우울을 잊지 못한다. 모국에 두 분의 의미 있는 지도자를 잃은 슬픔을 타국에서 견뎌야했고 그 아픔만이 아닌 조국의 민주주의가 암울한 형상으로 아픔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연장선에서 새해를 맞았다. 필자에게도 새해에 기대감을 갖는 일들이 있고 또 나라와 민족 그리고 가족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 타국에서 모국을 바라보는 아픔과 그 기대감만큼 크게 나를 지배하는 것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 집 떠나면 가족이 보이고 나라를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나보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작년 연말 중요한 의미를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국립쉐브첸코 대학교 출판부에서 필자의 시집을 출간하기로 한 일이다. 그것은 생존 한국 시인으로는 처음으로 출간되는 한국어, 우크라이나어판 시집이며 한국인으로서는 김소월 시인 시집 이후 두 번째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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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뼤레끌라드 이반나 본드렌까 씨와 필자 우크라이나 국립쉐브첸코 국립대학교 인문대학장인 뼤레끌라드 이반나 본드렌까 씨와 함께 그가 번역한 한국인 최초의 시집인 김소월 시집에 싸인을 받은 후 기념 촬영, 그의 집무실
ⓒ 김형효
icon_tag.gif뼤레끌라드 이반나 본드렌까 씨와 필자

이번 시집은 현재 국립쉐브첸코 대학교 한국어과 학과장으로 재직중이신 김석원 교수님의 번역으로 준비될 예정이다. 필자는 이곳의 고려인들을 위해 김석원 교수님의 협조를 받아 한국어, 러시아어판도 함께 출간하는 문제를 고려중이다. 지금까지 한국어, 우크라이나어판 시집은 김소월 시집이 유일하다. 필자의 시집(가제:어느 겨울밤 이야기)는 오는 5월 발간 예정이다.

 

조국의 하늘에 밝은 기운이 가득해서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희망찬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조국의 하늘이 밝은 기운으로 가득해서 평화와 통일의 새 장이 열리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낯선 나라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나그네의 기대가 허망하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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