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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없이 떠도는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 김형효
  • 조회 3944
  • 2010.04.29 06:31
기대만큼 충족되리라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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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빠토리야에 핀 봄꽃 일주일 사이로 봄꽃이 만개했다. 거리에 가로수들도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고 있다.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에 핀 봄꽃

한국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곳은 완연한 봄날이다. 거리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나뭇잎들은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고 있다. 예빠토리야 한글학교는 그동안 예빠토리야 제일학교의 교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 무슨 이유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서 옮겨다녀야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제일학교도 김플로리다 바실리예브나(55)의 활동성 덕분에 예빠토리야 시장의 소개를 받아 학교장이 승인해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다음 주부터는 다른 학교로 옮겨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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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빠토리야 제일학교 정문 지난해 9월 5일부터 어제까지 수업을 진행한 예빠토리야 제일학교의 한글학교 수업은 끝났다. 이제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야 한다. 학교를 지키는 개의 모습도 안타깝다.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 제일학교 정문

사실 제일학교가 2부제 수업을 하기에 평일은 수업이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토요일과 일요일 등 휴일에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확실한 공간이 없으니 교실의 내부 장식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교실내부에 학습과 관련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새로운 학교는 어떤 조건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독자적으로 강의실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한글학교라고는 하지만, 명색만 한글학교인 셈이다. 학교라고 하려면 공간이 분명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학생만으로 구성된 한글학교, 장소는 해당학생들과 함께 낯선 공간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조금씩 서툰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데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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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중 쉬는 시간 그동안의 기초학습을 마치고 한글학교의 수업이 본격화되었으나, 교실이 없어서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아직 정확한 장소를 알지 못하지만, 이번 주중에 이야기가 진행중이라는 곳을 찾아가 보아야 한다.
ⓒ 김형효
icon_tag.gif수업중 쉬는 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진행되는 수업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한 학생에게 나무라기도 하지만, 사실 그도 고마울 따름이다. 봄을 맞아 예빠토리야에 한 극장에서는 새로운 공연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 듯하다. 극장 앞에 새로운 공연을 알리는 입간판이 늘어서 있었다.

 

러시아에서의 스킨헤드 소식에 한 동안 안타까운 일상을 지내면서 무기력해졌다. 때마침 학생들의 수업불참과 열의가 모자라다는 느낌에 홀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낯선 곳에서 낯선 나라의 문화에 젖어있는 동포들을 홀로 사랑한다는 것은 짝사랑만큼이나 가혹했다. 애타게 힘을 쓴다고 그 기대만큼 충족되리라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이제 그저 내 게으름을 버리는데 만족하며 천천히 그들을 향하기로 했다. 이제 조금은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지난 2~3주 동안이 기나긴 시간이었던 것처럼 힘들었으나,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갖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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