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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도 애타하지 말자 그대가 비워놓은 자리만큼 봄은 온다

  • 김형효
  • 조회 4033
  • 2005.09.05 21:04
- 연변의 민족 시인들(9) 윤청남 시인

   
 
그리움의 서정은 어디인들 다르랴, 인간이 살아가는 곳 그 어느 곳엔들 그리움이 없을까, 그런데 윤청남 시인의 시적 정한은 여전히 한민족의 그 모습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 여성이 보여주는 그리움의 서정인 것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미학으로 포장되는 요즘에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남녀노소 할 것없이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인내와 애타는 그리움들을 내면으로 깊이깊이 곰삭이고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흔히들 세상살이의 풍경과 세태가 완연하게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외부적으로 강하게 발언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내적 정한의 세계 속에서는 참고 참고 또 참는 그런 그리움의 모습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도 모자라 그러한 정한을 간직하고 참고 인내하느라 속 깊은 울음을 남 몰래 참아내느라 애태우는 것이 우리 민족의 서정인 것만은 속일 수 잆는 진실인 모양이다.

시인은 이미 그리움의 대상을 어디론가 보내고 나서 그 그리움의 대상을 못내 아쉬워하며 그리워 그리워 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예민하게 계절마다 함께 했던 추억들을 되새기고 있는 듯하다.

가을이거나 봄이거나 사람이 간직한 그리움은 언제나 뭉게뭉게 피어오르나 보다. 게절이 가고 또 갈 때마다 더욱 더 깊은 그리움으로, 연기처럼 피어오르나 보다.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1


윤청남(중국 길림성)

강물은 흰 빛으로
머언곳에 서있고 산은 안개속에
두웅둥 떠있다.

기억에 없던
플랫폼의 종소리는 서간마다 다앙당
산간을 울리고

사토길 굽이굽이
남향작 내려앉은 해살이
어쩌면 이다지 이쁠수 있을까.

래일 앞서
꽃을 홀로 보는 마음
이 봄은 모르리.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2


꽃병에 꼿혀 피는 꽃이
가련하다.

당신이 없는 마당의 동요는
눈물겹다.

흙이 없어도 꽃은 피지만
산이 없어도 꽃은 피지만.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3


지난 가을
가을 바람속에 한잎두잎
동만자 기슭에 피던 진달래 꽃이 불현 듯
이 밤에 떠오른다.

기실
진달래 꽃이 가을에 피는데는
아무런 리우도 없다.

편벽한 기슭에
볕이 들면 한밤에도
슬퍼질뿐이다.

그런데
지난 가을
가을 바람속에 한잎두잎
동만자 기슭에 피던 진달래 꽃이 불현 듯
한밤에 피어난다.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4


그리워도 애타하지 말자
그대가 비워놓은 자리만큼
봄은 온다.

외로워도 흔들리지 말자
그대가 그리운 하늘만큼
꽃은 핀다.

너무 쉽게 슬퍼하지 말자
그대가 알면
아파할라.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5


더펄더펄 더펄더펄
나래 하나로 온 몸이 숨을 쉬는
이 봄의 호랑나비
장모님이 입선때 보약을 람용해서
왈패로 자랐다는 안해
더펄더펄 더펄더펄
호랑나비 이 창가를 스쳐가면
마주오는 해드라이트 불빛이
이 밤의 앞길을 꽈악 매워라
더펄더펄 더펄더펄
서있는 이 낮밤 바람 그 속을
호랑나비 꽃을 찾아 날아가면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6


호수가에 마알간 해살이
얼마나 진한 어둠인지를
누구도 모르리.

홀로 마주하기에는
너무나 푸진한 주안이
너무너무 목이 매라.

굶주린 저 노을 아래
어머님의 여윈 영상은
오늘도 사막에 일어서는 신기루 루각인가.

이 봄에는 설련화꽃이
한송이 두송이 눈속에 피는 사연을
조금은 알듯싶다.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7


간밤
창공을 수놓았던 별들이 이 아침에는
산과들에 반짝이는 이슬로 내려왔다.

한데
저녁이 아슬아슬 돌아와도 꽃은
하늘로 돌아가지 않는다.

꽃은
송이송이마다 모두
너무나도 살뜰한 천당 빛 거울이다.

이 봄에는
푸른잎에 맑은 령혼인 당신이
내 곁에 돌아와 바람으로 되어있다.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8

여보
우리집 창가에 홀로
초롱을 지키고 있던 새 한 마리를
기억하고 잇겠지

여보
그 연두빛이 해살을 몰고
우리 신혼의 푸른숲으로 날아왔던 그때는
어느해 해맑은 봄이 였던가

그리고 여보
그 연두빛이 짝을 잃고 쓸쓸했던
그 진붘은 황혼무렵은 또
어느해 황금빛 가을이 였고

여보
내 오늘 그 새를 놓아보낸다오
꽃이 피어 구름고운 저 하늘로
내 오늘 늦으나마 소리쳐 보낸다오

여보
그 연두빛이 울음 곱던
외로움의 찬란한 그 창가를
아직 잊지않고 있겠지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9

응달에는 이슬이
이 봄의 애수로 정오에도
푸른잎에 고여있다.

욕설을 나온 바위가
해살에 그림으로
곱다.


바람이 불어오는
끝을 따라
물은 흘러가고

파아란 수평선우로
파도가
하얗게 밀려온다.

속깊이
눈물을 다아 말린 새들이
또 운다.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10


그대도 떠났지만
나도 떠났다.
돌아오는 것은 봄이 아니라
내가 돌아오는 것이리.

해는 지구를 향해 오지 않는다
지구가 그의 곁을 돌뿐이다.
해는 앞뒤면이 따로 없다.
지구가 밤낮이 있을 뿐이다.

언제면 돌아간 어머님이
이 아들의 기억속에 지워질까
그것은 나와 어머님이 또다시
천당에서 만나는 순간이리.

당신이 떠나고 돌아오는 봄 11

잘 익은 과일나무 한구루를
애수의 눈매로 바라보는
바위속의 원숭이

유기형
5배년의 종점은 어딜까
한 낮에 내리는 애잔한 운석비

바다는
온 세상 끝물이 모여온
황금빛 가을

초원의 꽃밭우를 내닽는
바람의 쪽밭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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