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변의 민족 시인들(6) 이성비 시인
어머니가 휴전선에 계시데요. 아! 이 연변의 하늘에서도 시인은 분단의 어머니를 떠 올리고 있건마는, 우리는 지금 무엇하고 있는 걸까요.
"발 길이 닿는 곳마다 나는 시의 얼굴을 봅니다. 그대로인 그 모습에 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머무는 곳 마다, 우리의 온 천지가 민족의 얼굴과 민족의 영토였기 때문입니다."
이성비 시인의 말이다. 깊이 패인 눈빛에서 부터 그의 진지함은 드러난다. 혹여 그가 거친 얼굴과 거친 말투를 가지고 있는 시인이라 생각하진 말아 달라. 그는 은은한 미소와 잔잔한 파문조차 머물지 않을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성비 시인, 그의 시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가는 곳마다 시의 열매로 화(化)하는 것이다. 내가 어디 갔다. 그는 그것을 시로 말한다. 시인이 시에만 갇히는 것은 자칫 자가당착에 빠지기 쉬운 면이 없지 않으나, 그가 머무는 시를 향한 눈길에는 질곡과 역사의 살가운 체험과 실질의 마음이 함께 하고 있음에서 그는 온통 진정성이 몸 안에 박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변의 시인들이 대개의 경우, 문학일군으로 자리잡고 있듯 그도 마찬가지로 출판일을 하고 있다. 어떠한 체면과 겉치레에도 아랑곳 없는 그의 고집은 연변의 시인들 속에서도 은밀하게 감춰져 보이는 진실이다. 그저 자기만의 시적 세계에 집착이 또 다른 고집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다시 그를 본다면 말벗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다. 그와는 짧은 술잔을 나눈 것 말고 이야기가 없었다. 어쩌면 그는 만남의 그 순간에도 시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기행 시편과도 같은 아래의 시들은 우리가 오가지 못한 휴전선까지 오가면서 쓴 시이다.
감나무
- 옥천에서
이성비
손이 델가 두려워
그저 쳐다만 보데
주인님 계시냐 물어도
대답이 없데
뚝 뚝 뚝
속살까지 무르익은 사랑
뜰안에 떨어져
뭉클하니 터지데
밤이면 고양이 눈에
불덩이가 맺히데
장승
- 순천에서
설음이 욱실거릴 때
할배할매 설음만 잡아먹고
느러지게 배부르고 살찌고
장수한 액막이 천하대장군
지금은 설음이란 놈이
야생동물처럼
총을 맞고 잠만 자기에
한해에 겨우
한두 번씩 맛보는 신세
굶주린 창자 끌어안고
목쉰 장승 앞에
나는 술 부어 올리고
쌓인 한을 한마당
토해 놓는다.
어머님
- 휴전선에서
남쪽에 계시기도 저어하시고
북쪽에 계시기도 저어하시네
꿈이면 꿈마다
하얀 갈꽃 날리시며
휴전선에 서 계시는 어머님
그 옛날 귀한 자식 때리시던 손바닥으로
그 옛날 가갸거겨 가르치시던 손끝으로
가슴 찌르는 가시철망 움켜잡으시고
남몰래 검붉은 피 흘리시네
얄리얄리 동동
남에도 귀여운 내 새끼
도리도리 동동
북에도 귀여운 내 새끼
어머님은 오늘도
중얼중얼 하루해를 서산에 지우시네
시작노트: 시는 내 인생에 민족정신의 구세주와도 같다. 이 구세주를 잘 모시는 것은 나의 시적 자존심과 정직성과 양심을 개발하는 것과 정비례 될 것이다.
이성비(李成飛)
1955년 중국 길림성 연변 출생.
시집《나는 당신의 고무지우개인가》, 《이슬 꿰는 빛》등 다수.
《길림성 인민정부 장백산 문예상》등 30여차 문학상 수상.
현재 연변작가협회 시 창작 위원회 위원장,
연변민간 문예가 협회 사무국장, 《예술세계》잡지사 부편집인.
어머니가 휴전선에 계시데요. 아! 이 연변의 하늘에서도 시인은 분단의 어머니를 떠 올리고 있건마는, 우리는 지금 무엇하고 있는 걸까요.
"발 길이 닿는 곳마다 나는 시의 얼굴을 봅니다. 그대로인 그 모습에 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머무는 곳 마다, 우리의 온 천지가 민족의 얼굴과 민족의 영토였기 때문입니다."
이성비 시인의 말이다. 깊이 패인 눈빛에서 부터 그의 진지함은 드러난다. 혹여 그가 거친 얼굴과 거친 말투를 가지고 있는 시인이라 생각하진 말아 달라. 그는 은은한 미소와 잔잔한 파문조차 머물지 않을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성비 시인, 그의 시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가는 곳마다 시의 열매로 화(化)하는 것이다. 내가 어디 갔다. 그는 그것을 시로 말한다. 시인이 시에만 갇히는 것은 자칫 자가당착에 빠지기 쉬운 면이 없지 않으나, 그가 머무는 시를 향한 눈길에는 질곡과 역사의 살가운 체험과 실질의 마음이 함께 하고 있음에서 그는 온통 진정성이 몸 안에 박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변의 시인들이 대개의 경우, 문학일군으로 자리잡고 있듯 그도 마찬가지로 출판일을 하고 있다. 어떠한 체면과 겉치레에도 아랑곳 없는 그의 고집은 연변의 시인들 속에서도 은밀하게 감춰져 보이는 진실이다. 그저 자기만의 시적 세계에 집착이 또 다른 고집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다시 그를 본다면 말벗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다. 그와는 짧은 술잔을 나눈 것 말고 이야기가 없었다. 어쩌면 그는 만남의 그 순간에도 시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기행 시편과도 같은 아래의 시들은 우리가 오가지 못한 휴전선까지 오가면서 쓴 시이다.
감나무
- 옥천에서
이성비
손이 델가 두려워
그저 쳐다만 보데
주인님 계시냐 물어도
대답이 없데
뚝 뚝 뚝
속살까지 무르익은 사랑
뜰안에 떨어져
뭉클하니 터지데
밤이면 고양이 눈에
불덩이가 맺히데
장승
- 순천에서
설음이 욱실거릴 때
할배할매 설음만 잡아먹고
느러지게 배부르고 살찌고
장수한 액막이 천하대장군
지금은 설음이란 놈이
야생동물처럼
총을 맞고 잠만 자기에
한해에 겨우
한두 번씩 맛보는 신세
굶주린 창자 끌어안고
목쉰 장승 앞에
나는 술 부어 올리고
쌓인 한을 한마당
토해 놓는다.
어머님
- 휴전선에서
남쪽에 계시기도 저어하시고
북쪽에 계시기도 저어하시네
꿈이면 꿈마다
하얀 갈꽃 날리시며
휴전선에 서 계시는 어머님
그 옛날 귀한 자식 때리시던 손바닥으로
그 옛날 가갸거겨 가르치시던 손끝으로
가슴 찌르는 가시철망 움켜잡으시고
남몰래 검붉은 피 흘리시네
얄리얄리 동동
남에도 귀여운 내 새끼
도리도리 동동
북에도 귀여운 내 새끼
어머님은 오늘도
중얼중얼 하루해를 서산에 지우시네
시작노트: 시는 내 인생에 민족정신의 구세주와도 같다. 이 구세주를 잘 모시는 것은 나의 시적 자존심과 정직성과 양심을 개발하는 것과 정비례 될 것이다.
이성비(李成飛)
1955년 중국 길림성 연변 출생.
시집《나는 당신의 고무지우개인가》, 《이슬 꿰는 빛》등 다수.
《길림성 인민정부 장백산 문예상》등 30여차 문학상 수상.
현재 연변작가협회 시 창작 위원회 위원장,
연변민간 문예가 협회 사무국장, 《예술세계》잡지사 부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