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변의 민족 시인들(12) 김동진 시인
중국 교포 사회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잘 모른다. 다만 문인들의 교류는 어느 곳에서든 끈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처럼 서로 잦은 왕래를 하면서 막걸리잔을 비우듯 그들도 술잔을 기울이면서 회포를 풀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 김동진 시인은 거나한 술꾼의 폼을 다 갖춘 풍모를 보여주는 시인중의 시인이시다. 걸출한 대머리에 옅은 선그라스를 끼고 연변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흡사 이방인의 모습이다. 그는 교포사회의 대표적인 시조시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시조가 풍류적인 멋, 혹은 자연생태적인 것들을 소재로 시를 쓰는 방향으로 제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그가 보여주는 시조는 자연생태적인 것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참여적 기풍을 보여주는 시가 많다. 그가 노래한 대부분의 시조들은 남과 북, 민족의 한이 서린 사연들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자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역사적인 진실을 찾아 시의 길이 열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인 모양이다.
아래는 흑룡강성 조선민족출판사에서 펴낸 그의 시조시선집에 쓴 그의 시조에 대한 견해이며, 그가 가고자하는 문학의 좌표같은 혹은 시작 노트 같아서 일부분을 인용한다. 그는 여전히 조국을 찾아 길을 가고 있고 민족을 찾아 길을 가고 있다. 문학이라는 기제를 통해서...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학의 유산을 이어받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일임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고 세상에 우리 겨레의 오곡밥 같은 정감세계를 소복소복 담을 수 있는 이토록 깜직하면서도 어여쁜 그릇이 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하여 스스로 긍지를 느낀다.
할머니께서 내내 반짝반짝 닦아놓으시던 대물림 놋식기 같은 이 작은 그릇에 그토록 풍부하고 섬세한 정감세계를 재미나게 담아온 선조들의 슬기와 지혜도 그러하거니와 이러한 시조에 우리 조상의 청순하고 고결한 체취와 숨결이 스며있다는 것으로 하여 시조의 당당한 존재가치는 의심할 바 없는 것이리라.
시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한생에 진정으로 좋은 글 하나만 얻어볼 수 있다면 천개의 밤을 지새운들 무슨 후회가 있을가? 꿈이 푸르르고 사랑이 진실하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면 이러한 꿈과 사랑과 고통이 능히 새로운 나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이 새벽도 동트는 두만강변의 노을빛 하늘을 바라본다."
고조선
김동진
천지의
조화로다
묘향산 절승경개
단군의
뜻이 어린
천오백년 고조선아
해뜨는
아침의 나라
금수강산 삼천리.
북위 38도선
억수의 비줄기도
씻어가지 못한 치욕
끊어진 레루장이
벌겋게 울고있는
여기는 북위 38도선
산그늘이 어둡다
꿈이 다른 대문밖에
원성을 걸어놓고
한세기가 저물도록
풀지 못한 옥매듭
철조망 가까이 하면
해와 달도 어둡다.
1998년 6월
발해고성(古城)
옛날
발해왕이
울바자 세운 자리
성은 허물어져
티끌로 날려가고
유적지 하얀 패쪽이
오늘을 지켜본다
봄가을 몰아치는
북녘의 비바람에
토담은 씻기여도
씨앗만은 품었던가
그날의
백대후손 같은
방초만 푸르러라
꿈이던가 생시던가
흘러간 흥망사화
옛숨결 찾아보는
회포끓는 한가슴이
낮아진 황성옛터에
애수로 들먹인다.
1998년 8월
청자기의 꿈
파아란 하늘가에
송이구름 살아있고
소나무 푸른 가지
백학이 넘나들어
살포시 안아보고픈
어여쁜 빛갈일세
흙으로 빚었건만
옥으로 빛나는건
다듬은 천년꿈에
애틋한 소망이라
옛사람 모두 갔어도
뜻만은 남겼구려.
1993년 5월
백두산
천심(天心)의 뜻을 지닌
백산으로 솟아올라
뿌리 깊은 줄기줄기
삼천리에 뻗었으니
반만년
배달족속의
기둥뼈가 네로구나
칠성별 우러르며
드리는 정화수(井華水)
천지샘 맑은 물에
비껴내린 흰옷자락
칠천만
가슴가슴에
하얀 얼로 나붓기네.
1998년 2월
김동진 시인 약력
1944년 흑룡강성 녕안시 동경성진 출생
연변대학 통신학부 조문전업 졸업
중국소수민족문학작가학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리사
훈춘시문화국 창작원, 부연구관원
<연변문예>문학상, <진달래>문학상,
<은하수>문학상 등 30여차 수상.
시집 <가야금 소리>, <안개의 강>,
<칠색무지개>(7인집), 청자기의 꿈 등이 있음
중국 교포 사회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잘 모른다. 다만 문인들의 교류는 어느 곳에서든 끈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처럼 서로 잦은 왕래를 하면서 막걸리잔을 비우듯 그들도 술잔을 기울이면서 회포를 풀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 김동진 시인은 거나한 술꾼의 폼을 다 갖춘 풍모를 보여주는 시인중의 시인이시다. 걸출한 대머리에 옅은 선그라스를 끼고 연변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흡사 이방인의 모습이다. 그는 교포사회의 대표적인 시조시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시조가 풍류적인 멋, 혹은 자연생태적인 것들을 소재로 시를 쓰는 방향으로 제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그가 보여주는 시조는 자연생태적인 것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참여적 기풍을 보여주는 시가 많다. 그가 노래한 대부분의 시조들은 남과 북, 민족의 한이 서린 사연들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자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역사적인 진실을 찾아 시의 길이 열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인 모양이다.
아래는 흑룡강성 조선민족출판사에서 펴낸 그의 시조시선집에 쓴 그의 시조에 대한 견해이며, 그가 가고자하는 문학의 좌표같은 혹은 시작 노트 같아서 일부분을 인용한다. 그는 여전히 조국을 찾아 길을 가고 있고 민족을 찾아 길을 가고 있다. 문학이라는 기제를 통해서...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학의 유산을 이어받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일임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고 세상에 우리 겨레의 오곡밥 같은 정감세계를 소복소복 담을 수 있는 이토록 깜직하면서도 어여쁜 그릇이 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하여 스스로 긍지를 느낀다.
할머니께서 내내 반짝반짝 닦아놓으시던 대물림 놋식기 같은 이 작은 그릇에 그토록 풍부하고 섬세한 정감세계를 재미나게 담아온 선조들의 슬기와 지혜도 그러하거니와 이러한 시조에 우리 조상의 청순하고 고결한 체취와 숨결이 스며있다는 것으로 하여 시조의 당당한 존재가치는 의심할 바 없는 것이리라.
시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한생에 진정으로 좋은 글 하나만 얻어볼 수 있다면 천개의 밤을 지새운들 무슨 후회가 있을가? 꿈이 푸르르고 사랑이 진실하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면 이러한 꿈과 사랑과 고통이 능히 새로운 나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이 새벽도 동트는 두만강변의 노을빛 하늘을 바라본다."
고조선
김동진
천지의
조화로다
묘향산 절승경개
단군의
뜻이 어린
천오백년 고조선아
해뜨는
아침의 나라
금수강산 삼천리.
북위 38도선
억수의 비줄기도
씻어가지 못한 치욕
끊어진 레루장이
벌겋게 울고있는
여기는 북위 38도선
산그늘이 어둡다
꿈이 다른 대문밖에
원성을 걸어놓고
한세기가 저물도록
풀지 못한 옥매듭
철조망 가까이 하면
해와 달도 어둡다.
1998년 6월
발해고성(古城)
옛날
발해왕이
울바자 세운 자리
성은 허물어져
티끌로 날려가고
유적지 하얀 패쪽이
오늘을 지켜본다
봄가을 몰아치는
북녘의 비바람에
토담은 씻기여도
씨앗만은 품었던가
그날의
백대후손 같은
방초만 푸르러라
꿈이던가 생시던가
흘러간 흥망사화
옛숨결 찾아보는
회포끓는 한가슴이
낮아진 황성옛터에
애수로 들먹인다.
1998년 8월
청자기의 꿈
파아란 하늘가에
송이구름 살아있고
소나무 푸른 가지
백학이 넘나들어
살포시 안아보고픈
어여쁜 빛갈일세
흙으로 빚었건만
옥으로 빛나는건
다듬은 천년꿈에
애틋한 소망이라
옛사람 모두 갔어도
뜻만은 남겼구려.
1993년 5월
백두산
천심(天心)의 뜻을 지닌
백산으로 솟아올라
뿌리 깊은 줄기줄기
삼천리에 뻗었으니
반만년
배달족속의
기둥뼈가 네로구나
칠성별 우러르며
드리는 정화수(井華水)
천지샘 맑은 물에
비껴내린 흰옷자락
칠천만
가슴가슴에
하얀 얼로 나붓기네.
1998년 2월
김동진 시인 약력
1944년 흑룡강성 녕안시 동경성진 출생
연변대학 통신학부 조문전업 졸업
중국소수민족문학작가학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리사
훈춘시문화국 창작원, 부연구관원
<연변문예>문학상, <진달래>문학상,
<은하수>문학상 등 30여차 수상.
시집 <가야금 소리>, <안개의 강>,
<칠색무지개>(7인집), 청자기의 꿈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