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부의 하늘 청와대를 덮다.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현재
오늘의 시
오늘의 시 < 현재 < HOME

창부의 하늘 청와대를 덮다.

  • 김형효
  • 조회 4525
  • 2013.06.28 12:03
창부의 하늘 청와대를 덮다.


푸른 기와집에
한 마리 새가 날다 떨어진다.
흰 날개를 한 가냘픈
수선화의 날개를 꺾고 떨어졌다.

까마귀는 노래를 멈추었다.
죽음의 강을 넘어온
한 마리 까마귀가
흰 심장을 난도질한 칼에 맞았다.

장미의 계절이오.
가정의 계절이오,
사람의 계절인 오월에
빛고을은 찬란한 슬픔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장중한 느림으로 한 걸음,
느리게 한 걸음 걸어 나가다 덫에 걸린 오월,
푸른 기와집에서는 청청한 밤에도
눈을 부라린 뱀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입이 더러운 뱀이 거품을 내고 있었다.
하얗게 거품을 내던 입속으로
하얀 불꽃이 일고 하얗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뱀이 몸서리치는 밤이었다.

그때 어둠을 가르고 붉은 매가 날아올랐다.
섬광처럼 불기둥이 솟구쳤다.
산지사방에서 형형색색의 매가 날아올랐다.
푸른 기와집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꽃무늬 뱀이 흐느적이더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허물이 불타고 있었다.
하얗게 하얗게 불타고 있었다.
하얀 수선화가 몸서리치고 있었다.

꽃무늬 뱀이 사악한 기운을 머금고
푸른 기와집을 집어 삼킨 것이다.
형형색색의 매가 날아올라 뱀의 등을 쪼기 시작했다.
뱀의 등에서 하얗게 피가 터져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청와대를 가로질러 청계천까지
흰 강물이 흘러들었다.
죽음의 강물이었다.

아침 햇살이
사람들이 걷는 길 위로 쏟아질 때
천지를 비춘 햇살을 따라 날던 보라매가
천지! 천지! 천지!라고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사람들은 보라매를 따라 날았다.
형형색색 모두가 매가 되어 날았다.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 운영자명 : 김형효
  • Quick menu
  • Statistics
  • 오늘 : 790
  • 어제 : 1,033
  • 최대 : 18,497
  • 전체 : 1,408,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