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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그리움에 대한 고찰

  • 김형효
  • 조회 5190
  • 2007.11.25 15:35
아침에 일어나 밤사이 나를 슬프게 한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어린 시절 뒷 동산의 얼룩무늬 강아지도 떠오른 것이 아니다.

여인의 에로틱한 비키니 수영복도 속옷 입은 자태도 아니다.

그리운 사람들을 찾아 도시를 빠져나가는 주말 오후를 보았다.

 

아침에는 따끈한 숭늉 한 그릇에 잘 조리된 김 한 입이면 행복하다.

된장찌개 한 입의 훈김도 곁들이면

날 추운 겨울 행복으로 두 말하면 잔소리다.

지사의 당당한 어깨에 의연한 몸짓이 날 사로잡는다.

그래 그때 그런 모습들에 자극받던 어린 시절이 내게 없다.

지금은 내일 하루에 매여 오늘도 쩔쩔매고 어제도 쩔쩔매었다.

 

다행이다. 내가 아니니, 나는 보았다.

 

수많은 친구들과 후배들과 선배들이 그러하고

수많은 우리들의 아이와 어른들과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나만 멍청하게 강아지풀이라도 뜯어먹으면 된다고 유유자적이니

이 풍요를 함께하자고 멍청하게 대로변에 눕자니 그 또한 멍청한 짓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의연한 지사처럼은 못되지만,

밥 한끼에 자존도 잃고 실존도 잃는

그런 훌륭한 인물은 못되어도

밥 한끼를 참더라도 자존도 실존도

최고로 잘 지키는 그런 내가 되어

오늘 하루도 살아낼 것이다.

그렇게 안나푸르나 기슭을 걸었고

네팔을 살폈듯이 그렇게 대한민국을 외쳤듯이

그렇게 오늘도 그리움을 찾아 문학행사에도 가고

친구들과 만나고 가족과도 만나리라.

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

그들의 눈물방울 같은 순정을 지키면서 살리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지사다.

하하! 웃자. 멍청하게......,

똑똑한 실존과 멍청한 실존

그 간극에서 난 다시 멍청한 실존에 손을 든다.

멍청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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