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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허방 짚기

  • 김형효
  • 조회 4067
  • 2008.10.05 22:45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저 쌓아논 탑처럼 팔기지개 켜는 것조차 버거워 하면서 살아간다. 자주 팔 기지개 켜다 보면 자신의 나이테를 읽으며 살아갈 수 있으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질문하고 그것을 풀어내고
풀었다고 믿는 순간
풀리지 않은 것도 알게 되고 보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가?
이런 류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차라리 우리는
끝없이 중얼거리는 것이 낫다.
그 동안에 사람은 사람은 사람은이라고
중얼 중얼 하면서
정화되는 자신을 보듬어야 함을 알리라.

질문을 되뇌이는 것이
질문에 대해서 얻어낸 답보다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사람은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면서
계절을 읽어내며 자신을 읽어내며
봄여름가을겨울의 인생도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붙들었던 것들이
나를 붙들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
우리에게 흰 눈꽃 같은 순백한 영혼의 싹이 돋고
그때야 손을 펴며
세상의 참 맛을 달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리.

바람이 분다.
낙엽한 잎을 나뭇가지에서 털어낼만큼 가냘프게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에 맺힌 이슬 한 방울이
살포시 풀잎에 맺혀 떨어질 만큼

바람이 분다.
내 눈가에 눈물도 한 방울 마음 바람에
가냘프게 흔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삶도 작은 바람에 떨어지기도 하는 것

생(生)은 사(死)와 그리도 가깝구나.
아침과 저녁처럼
밝음과 어둠처럼
시작과 끝처럼
비우고 가는 길은
가진 것 없이 온 길과 만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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