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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벌에서 - 거리 6

  • 김형효
  • 조회 4268
  • 2007.05.08 23:23
봄날의 가로를 달릴 때면 보이지 않는 것들,

봄날의 가로를 천천히 걸으며 나무에 기대면

나무가 속삭이듯 나를 향해 잎눈을 틔운다.

 

마치 비오는 날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물보조개

물보조개 같은 나무의 잎눈을 보면

나도 그처럼 앙증맞은 소년이고 싶다.

나도 그처럼 귀여운 소녀이고 싶다.

 

작은 천사의 웃음꽃이 만개한 거리에서

나는 중얼거리며 지내온 세월을 돌아보며

지금 천사의 흰머리를 하신 어머니라는 이름을

지금은 맑은 소년이 되신 흰머리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불러본다.

홀로 거리에 활짝 핀 나그네가 된다.

아버지, 어머니라는 이름을 불러보며......,

홀로 가득찬 벅차오르는 마음을 갖게 되기에......,

 

거리에 화동처럼 아이들도 어른들도 카네이션을 들고 길을 간다.

나는 그 틈을 놓치기 싫어 손울림통을 이용해 아버지, 어머니를 불러모신다.

그리고 내 귓가에 모신 아버지, 어머니와 속삭인다.

사랑해요.

부디 건강하소서!

지난번에 히말라야 생수 떠다 드린 것 드셨으니,

이제 더 건강하소서!

 

독백같은 낯선 거리를 걷다가

어버이날임을 실감하게 하는 거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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