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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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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862
  • 2021.10.10 23:51

집으로 가네.

 

김형효

 

하얗게 고개 숙인 억새꽃이 만발한

신작로 지나면 집이 온다.

나는 한 걸음 두 걸음

수천 걸음 걸어오고

억새는 항상 그 자리에서 빛이 나게

날 포옥 끌어안는다.

나 어린 날 바람 불어 들로 나가

흔들리는 억새를 붙잡고

밤이나 낮이나 울어대던 때가 있었다.

엄마와 아부지가 구순이 다 되어

구부러진 허리 쇠약해진 뼈마디에도

아랑곳없는 품으로 자식을 품어 안는 세월이건만,

저 억새꽃 여전히 백발의 청춘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나도 곧 환갑인데

저 억새꽃 피는 고향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이팔청춘이네.

허허 허허.

집으로 가는 집 없는 나그네로 살던

도시에 잡혀 영혼도 상념도 다 놓치고

여전히 찬란한 청춘인 구순의 부모님과 나를 되돌아보네.

중추가절인 한가위 그 곁에서

가을날의 나그네는 나의 살던 고향이

흔들리는 억새처럼 당당하게 코로나도 넘고

날선 제국의 칼날도 무디게

언덕 위에 꼿꼿아 찬란한 꽃 빛으로 빛나는

하나 될 한반도를 소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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